난독증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caidea0503 2025. 7. 19. 16:30

단순히 난독증을 ‘글을 못 읽는 아이’로 치부되던 시간들

과거에는 글을 천천히 읽거나 철자 실수가 잦은 아이를 보면 흔히 “주의력이 부족하다”, “공부에 소질이 없다”, 혹은 “책을 안 읽어서 그렇다”는 식의 평가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시선은 난독증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 전반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학습 능력을 개인의 노력이나 태도로만 바라보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난독증을 가진 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어려움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으로 해석당하며 반복적인 실망과 자책을 경험해야 했고, 교사나 부모 역시 이를 특정한 ‘문제 행동’으로 단정 지으며 정서적 거리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경과학과 교육심리학의 연구가 축적되면서, 난독증은 이제 단순한 읽기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뇌의 정보 처리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신경 발달상의 특성이라는 과학적 이해가 확산되고 있다.

 

난독증 사회적 인식은 왜 느리게 변할 수밖에 없었을까?

난독증에 대한 이해가 이제야 널리 퍼지기 시작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학습장애는 외형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아이의 전반적인 지능이나 말하기 능력, 사회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쉽게 감지되지 않는다. 특히 난독증은 ‘보이지 않는 장애’라는 특성상 단순한 습관 문제로 오인되기 쉬운데,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학습 능력을 노력과 의지의 결과로만 판단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제도적 차원에서도 난독증은 특수교육 대상자로 명확히 분류되지 않아,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읽기를 힘들어하는 아동이 있어도 구체적인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 아래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이 아이는 읽기에 대한 불안과 실패를 내면화하고, 점점 더 자신을 ‘못하는 아이’로 규정지으며 자존감을 잃어갔다.

이와 같은 상황은 난독증 아동뿐 아니라, 그 가족과 교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부모는 아이의 학습 문제를 온전히 자신의 양육 실패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아이를 강하게 몰아붙이며 무리한 학습 훈련을 반복하게 되었다. 교사 역시 반복 지도가 소용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거나, 반 전체의 흐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수업의 바깥으로 밀어내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난독증 인식 개선

난독증 인식 개선은 단지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난독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단지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이해하고 수용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난독증이 단지 개인의 특성이 아니라 학교, 가정, 사회가 함께 조정하고 배려해야 할 학습 다양성의 일부라는 인식이 교육 체계와 제도 안에 구체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사 대상 연수나 교과 과정 내에서 난독증과 관련된 이해 교육이 강화되어야 하며, 학부모 상담 시에도 단순한 성적 지적이나 독서 부족 지적이 아니라, 아이의 읽기 방식 자체를 진단하고 안내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학교 내에서도 읽기 속도나 철자 정확성만으로 아이의 학습 능력을 평가하지 않고, 이해력과 표현력, 문제 해결력 등 다른 인지적 강점들을 함께 고려하는 평가 관점의 다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난독증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장애가 아니라, 그저 다르게 배우는 방식 중 하나라는 사회적 수용 분위기가 자리 잡는 것이다. 그럴 때 아이들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침묵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의 배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인식의 변화는 결국 더 많은 아이가 수업에서 목소리를 내고, 스스로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기회를 넓혀준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난독증을 ‘이해’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