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난독증, 몰랐던 나의 학습장애
'그냥 나는 글에 약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난독증
어릴 때부터 책을 싫어했고, 국어나 영어 시험에서 긴 지문만 보면 머리가 멍해졌던 경험은 많다.
문장을 끝까지 읽기 어려웠고, 교과서 요점을 정리할 줄 몰랐으며, 필기보다는 그림이나 도식으로 공부하는 게 편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것이 학습장애의 일부일 수 있다고 알려주지 않았다.
단순히 ‘노력 부족’, ‘집중력 문제’, 혹은 ‘내가 문과형이 아니라서’라고만 생각해왔다.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어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긴 문서를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이메일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불편함을 느끼며,
회의 내용을 요약하거나 교육 자료를 구조화하는 업무에 유독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나는 이런 일에 약한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반복되고, 일상과 업무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라면
단순한 성향이나 집중력 문제로 보기보다는 성인기 난독증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 글에서는 자신도 몰랐던 난독증을 성인이 되어 알게 된 사례들과 함께
늦은 진단이 불러온 변화, 그리고 후회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고자 한다.
어른이 된 후 알게 된 ‘그때 난독증 알았더라면’의 무게
성인 난독증을 가진 이들은 공통적으로 학창 시절부터 비슷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남들보다 훨씬 오래 공부해도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고,
특히 글로 된 정보를 처리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문학 작품이나 이론 과목을 ‘감으로 외우는’ 방식에 의존했다.
당시에는 그저 “나는 수학이 낫다”거나 “암기는 힘들다”는 식으로 대충 넘겼지만,
정작 문제의 핵심은 글을 해독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뇌의 언어처리 경로가 다르게 작동했다는 점이다.
어른이 되어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 문제는 보다 직접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보고서 작성 중 맞춤법 실수가 반복되거나, 간단한 문장을 길게 설명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회의 중에도 전달받은 정보를 즉각 정리하지 못하고, 메모나 정리를 지나치게 시각화해야만 기억에 남는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능력 부족’으로 해석되기 쉽고, 그로 인해 자신감 저하와 직장 내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인 난독증 진단을 뒤늦게 받은 이들은 "이제서야 이해가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자책했던 이유들이 모두 설명되었고,
무리하게 자신을 일반적인 방식에 끼워 맞추려 했던 시간들이 결국 자기 효능감의 손실로 이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 알려줬더라면, 지금 나는 더 다르게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지금이라도 알면 늦지 않다 – 난독증 진단은 문제 확인이 아니라 가능성 회복의 시작
성인 난독증은 드물지 않다.
다만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인식되지 않은 채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글을 싫어하거나, 문장을 구조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긴 글을 보면 피로감을 느끼며,
정보를 음성이나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편안하다면
이는 성향이라기보다 인지 구조의 차이일 가능성이 있다.
난독증은 지능의 문제도, 태도의 문제도 아니다.
단지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평균적인 경로와 다르기 때문에
배우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설계되어야 하는 학습 특성일 뿐이다.
성인기에 진단을 받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정의하고,
앞으로의 삶을 보다 효율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는 첫걸음이 된다.
지금까지의 어려움이 모두 스스로의 탓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마음이 바뀌고,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하고 배우는 선택지가 생긴다.
늦었다고 느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제라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당신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