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한국 교육 환경에서 난독증 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개선 방안

caidea0503 2025. 6. 29. 13:30

난독증 같은 교실 안, 다른 학습 언어를 가진 아이들

 대한민국의 교육 시스템은 빠르고 정확한 이해력, 암기력, 그리고 표준화된 평가 방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일괄적인 학습 환경 속에서 난독증(Dyslexia)을 지닌 아동은 글자를 읽는 것부터 막히기 시작하며, 시간이 갈수록 학습 격차가 심화된다.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는 단순히 국어 과목에서만 힘든 게 아니다. 수학 문제조차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고, 과학과 사회도 서술형 질문을 정확히 읽지 못해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 속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러한 난독증을 ‘주의력 부족’ 혹은 ‘노력 부족’으로 오해하고 넘어가기 쉽다.
이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와 교실 환경이 난독증 아동에게 어떤 어려움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대한 제도적, 교육적, 가정적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난독증 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개선 방안

 

표준화된 교육 시스템과 난독증 아동의 불균형

 한국의 초·중등 교육은 동일한 시간 안에 동일한 수준의 교과 지식을 전달하고, 같은 기준의 시험을 통해 학습 성취도를 평가한다. 이처럼 표준화된 시스템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난독증처럼 읽기 중심의 학습에 구조적인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게는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한다.
난독증 아동은 시력이 정상이더라도 글자의 형태를 왜곡해서 인식하거나, 단어와 문장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읽기 속도가 느려 과제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하고, 시험에서 시간을 초과하거나 문제 지문을 오해하는 일이 잦다. 그러나 현재의 학교 시스템은 이런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일반 아동과 동일한 시간·방법·형식의 시험과 과제를 요구한다.
이로 인해 난독증 아동은 반복적으로 ‘실패 경험’을 겪게 되고, 결국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즉 자존감 저하와 학습 회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이 학교생활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점이다. 교사는 "노력하면 된다"는 말로 격려하지만, 당사자인 아동에게는 그 말이 오히려 정서적 압박이 된다.

 

난독증 교사의 인식 부족과 제도적 한계

 난독증은 뇌의 정보 처리 체계 차이로 발생하는 신경 발달 특성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교사가 드물다. 대부분의 교사 연수나 교대·사범대 커리큘럼에서도 난독증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 결과, 난독증 아동은 오랜 기간 동안 '이상한 아이', '학습 태도가 부족한 아이'로 오해받는다.
또한 현재 학교 내에는 난독증을 진단하거나 조기에 발굴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검사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지능 검사 등 여러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난독증은 종종 ‘경계선’ 아동으로 분류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게다가 난독증은 외형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구조다. ‘시각 장애’, ‘지적 장애’와 같은 유형은 명확한 분류 기준이 있지만, 난독증은 증상의 정도와 양상이 매우 다양해 개별화된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교사의 인식 부족과 행정 제도의 틀에서 난독증 아동은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난독증 개선을 위한 제도적·교육적·가정적 대응 방안

 난독증 아동을 위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려면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난독증 인식 교육과 연수가 필수적이다. 난독증의 징후, 유형, 대처법 등을 소개하는 기본적인 교육만 이뤄져도 교사들의 대응 방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제도적으로는 난독증 아동을 위한 개별화 수업 계획(IEP) 도입이 필요하다. 평가 시간을 연장하거나, 지필 평가 대신 말하기 평가를 선택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교실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나 활동지도에 ‘난독증 맞춤형 글꼴’이나 시각 보조 도구를 도입하는 것도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가정에서는 아이의 읽기 속도나 정확도를 문제 삼기보다, 읽기 자체를 즐기게 만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부모는 오디오북, 그림책, 낭독 활동, 받아쓰기 놀이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교사와 부모, 전문가가 함께 아이를 평가하고, 협력하여 교육 전략을 세우는 구조다. 난독증은 단기간의 교정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해와 지원이 필요한 특성임을 사회 전체가 인식해야 한다.

 

난독증  ‘다르게 배우는 아이들’을 위한 진짜 포용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히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방법으로’ 배우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난독증을 포함한 다양한 학습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존재하는 한, 지금의 교육 구조는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 모든 아이가 같은 방식으로 배우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소리를 통해, 누군가는 시각적 이미지로, 또 누군가는 반복적인 체험을 통해 배운다.
난독증 아동은 지능이 부족한 아이가 아니다. 단지 글자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이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 아이는 교실 안에서 계속해서 '틀린 아이'로 남게 된다.
이제는 '다르게 배우는 아이들'도 자신의 방식대로 성장할 수 있는 학교, 가정,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교육의 포용이며, 아이 한 명 한 명의 삶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