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학교에서는 왜 난독증을 조기 발견하지 못할까? 제도적 허점 분석

caidea0503 2025. 7. 16. 03:48

난독증 조기 발견의 중요성과 현실의 괴리

 난독증은 지능이나 시력과는 무관하게, 언어 처리 기능에 문제가 생겨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의 한 형태다. 난독증은 조기에 발견되고 적절히 지원된다면 학습 속도를 따라갈 수 있으며, 자존감이나 사회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도 난독증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한 채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많은 부모들은 아이가 단순히 한글을 늦게 깨우친 것이라 생각하고, 교사들 역시 반복되는 학습 지도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난독증 아동들은 자신이 왜 글을 잘 읽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수년간 학습 부진을 경험하게 된다. 이번 글에서는 우리나라 교육 현장에서 난독증 조기 발견이 어려운 근본적 이유를 제도와 시스템의 관점에서 분석해본다.

 

난독증 진단에 대한 교육 현장의 무지와 오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난독증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이해 부족이다. 교사 양성과정에서 난독증을 정식으로 다루는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며, 난독증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교사도 적지 않다. 특히 저학년 담임 교사들이 아이의 읽기 속도나 맞춤법 오류를 단순한 학습 부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난독증은 시각적 오류보다는 언어 처리 속도의 문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반적인 읽기 유창성 부족과 혼동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반복된 실패를 겪게 된다.

난독증을 의심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시점은 보통 초등학교 1학년 또는 유치원 말기지만, 현재 교육 현장에서는 체계적인 읽기 능력 스크리닝 자체가 없다. 대부분의 학교는 일괄적인 받아쓰기나 평가 위주의 학습을 진행하며, 난독증과 같은 특수한 학습 상태에 대한 점검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교사 개인의 직관에 의존하는 환경에서는 난독증 조기 발견이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난독증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

난독증 진단을 위한 제도적 시스템의 부재

 우리나라에는 난독증 진단을 위한 명확한 공교육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반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아이의 언어 처리 능력이나 시지각 인식 능력을 점검할 수 있는 도구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난독증 진단은 부모가 직접 병원이나 상담센터를 찾아야 가능하며, 이 역시 비용 부담이 크고 전문 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난독증을 가진 아동이 학습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학교는 종종 행동 문제나 주의력 부족으로 판단하고 상담 연계를 제안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난독증에 특화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 극히 드물며, 결과적으로 오진되거나 지원받을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난독증 진단이 사적 영역에 의존된다는 점은 공교육 시스템의 큰 공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난독증을 경계하는 기준이나 스크리닝 가이드라인이 학교 차원에서 정립되어 있지 않다. 대부분의 교사나 학부모는 '난독증'이라는 단어조차 처음 듣는 경우가 많고, 어떤 행동이 난독증의 징후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조차 없다. 이처럼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열정적인 교사가 있더라도 난독증을 조기에 찾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난독증 조기 개입을 막는 평가 중심 교육문화

 우리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결과 중심, 성적 중심의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읽기의 속도나 정확성은 학습 성취도의 중요한 기준으로 간주되며, 그 과정에서 아이가 왜 글을 어려워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종종 생략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부터 시작되는 받아쓰기와 독해 평가 중심의 수업은 난독증 아동에게 심리적 위축감을 줄 수 있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는 반복된 시험과 비교 속에서 자신이 '못하는 아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이는 학습 회피나 학교 거부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개입의 핵심은 평가 이전에 아이의 학습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결과만을 요구하고, 학습 장애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충분하지 않다.

또한, 학부모의 인식 부족도 난독증 조기 발견을 어렵게 만든다. 많은 부모들은 난독증을 단순한 게으름이나 집중력 부족으로 오해하고, 무조건 반복 학습을 강요한다. 이러한 가정 내 인식 역시 제도와 연계되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와 가정이 함께 난독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난독증 조기 발견은 제도 개편 없이는 불가능하다

 난독증 조기 발견의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관심 부족이나 교사의 역량 문제로 치부될 수 없다. 이는 제도적 공백이 만들어낸 구조적 문제다. 교사들이 난독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개편과 함께, 학교에서 간단한 읽기 능력 스크리닝을 정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난독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학부모에게 제공하고, 진단과 지원이 연계되는 통합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난독증 아동이 제때 발견되고 적절한 지원을 받는다면, 학습을 포기하지 않고 자존감을 잃지 않은 채 성장할 수 있다. 조기 개입은 선택이 아니라, 교육의 기본이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난독증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제도적 대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