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학생을 위한 효과적인 필기 전략

필기 자체가 고통스러운 난독증 아이들도 있다

많은 학생에게 필기는 단순한 학습의 한 과정이다.
하지만 난독증 학생에게 필기는 단지 ‘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글자를 읽는 것도 어렵지만, 그것을 정리해 글로 표현하는 과정은
이중, 삼중의 인지적 작업을 요구하는 고난도 과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선생님의 말을 듣고, 그 핵심을 정리해 공책에 옮기는 작업은

• 정보를 청각적으로 처리하고,
• 주요 내용을 판단한 뒤,
• 문장을 기억하고,
• 철자를 떠올려서,
• 글씨를 써야 하는 복합적 절차다.

이 과정에서 난독증 학생은 말은 이해했지만, 필기로 정리하지 못해 공부를 다시 시작할 단서를 잃는 경우가 많다.
이 글에서는 난독증 학생들이 부담을 덜고 수업 내용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실전 필기 전략을 소개한다.

 

난독증이 필기에 미치는 영향, 단순한 느림이 아니다

난독증은 단어를 읽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지만,
같은 기능들이 쓰기와 필기 활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히 받아쓰기나 필기에서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다:

• 철자 오류가 잦고, 같은 단어를 계속 다르게 씀
• 문장을 머릿속으로 구성해도 문법적, 시각적 실수가 발생
• 글씨체가 흐릿하거나, 공간 구성 능력이 약해 필기 정렬이 어렵다
• 필기 속도가 느려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중간에 포기
• 필기 중 실수에 민감해져 자기효능감이 낮아지고 스트레스를 느낀다

이러한 특성은 아이가 수업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이해한 내용을 필기라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체계적인 대체 전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기를 ‘줄이자’보다는 '다르게 하자'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난독증 학생을 위한 실질적인 필기 전략 4가지

1. 키워드 중심 요약: 전체 문장을 쓰기보다 핵심어만 정리
수업 중 모든 말을 따라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아이에게 ‘오늘 수업의 가장 중요한 단어 3개’를 중심으로
짧게 키워드만 정리하게 하면
쓰기 부담은 줄이고, 기억할 수 있는 단서는 확보할 수 있다.
예: ‘화산’, ‘용암’, ‘분출’ → 간단한 아이콘과 함께 적기

 

2. 시각 중심 정리법: 마인드맵, 도식화, 아이콘 사용
문장으로 요약하는 것이 어려운 아이에게는
마인드맵 형식이나 화살표, 색상 블록, 도형 등을 활용한 정리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 방식은 논리 구조를 눈으로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어
복습 시 부담도 줄어든다.

 

3. 녹음과 동시 사용: 소리로 기록하고 나중에 시각화
수업 내용을 실시간으로 적는 것이 어려울 경우,
간단한 녹음기나 태블릿 음성 메모 기능을 활용해 내용을 저장한 뒤
나중에 여유 있을 때 천천히 키워드 중심 정리를 하는 방법도 유용하다.
이는 복습할 때 내용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4. '완성형 필기' 제공 + 개인화 필기 추가 방식
교사가 수업 후 완성된 필기 요약본을 제공하고,
학생은 그 옆에 그림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덧붙이도록 하는 구조는
부담 없이 필기를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난독증 아동에게 ‘시작할 틀’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난독증 아이 쓰지 않아도,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있다

필기는 단지 글씨를 쓰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와 기억을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이다.
난독증 학생에게 있어 필기는 때로는 벽이 되지만,
올바른 전략이 적용되면 가장 강력한 자기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썼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기억하고 이해했는가’이며,
아이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정보를 정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이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가 아이의 필기 방식에 유연한 태도로 접근하고,
정답이 하나뿐인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필기를 존중할 때
난독증 학생은 배움의 과정에서 뒤처지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