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아동의 자존감 회복 전략

“나 진짜 바보야”라는 말을 난독증 아이 입에서 듣는 순간

난독증 아동은 학습 속도가 느리고, 글을 읽고 쓰는 데 반복적인 실패를 경험한다.
특히 또래와 함께 수업을 듣는 환경에서는 그 차이가 더 도드라지게 나타나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된다.
문제는 단순히 성적이 낮은 것보다, 그 경험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난독증 학생 중 많은 수가
"나는 공부를 못해",
"나는 머리가 나빠",
"나는 그냥 안 되는 애야" 같은 부정적인 자기 개념을 일찍부터 형성하게 된다.
이는 단지 학습에서의 어려움을 넘어,
대인관계, 정서 발달, 장기적인 진로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심리적 요소다.

이 글에서는 난독증 아동의 자존감이 왜 쉽게 무너지는지를 짚고,
학습 성과와 무관하게 ‘나는 할 수 있다’는 감각을 회복시키는 실천 전략들을 안내한다.

난독증이 자존감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

자존감은 ‘자기 자신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며,
아이에게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존재가치를 느끼는 중요한 심리적 기반이다.
하지만 난독증 아동은 반복적으로 교실에서 실수하거나
교사와 부모에게 ‘또 틀렸네’, ‘왜 이것도 몰라?’라는 피드백을 받으며
점차 자신을 ‘틀린 아이’, ‘부족한 아이’로 인식하게 된다.

특히 또래가 지켜보는 앞에서 글자를 더듬거나
받아쓰기를 유독 틀리는 경험은
자신의 실수가 ‘공개된 평가’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의 내면에는 회피, 방어, 무기력감이 자리잡는다.

이런 자존감 저하의 결과는 학습 의욕 저하뿐만 아니라
학교 기피, 감정 조절 문제, 비사회적 행동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우울감, 분노, 불안 장애와 같은 정서적 문제로 발전할 위험도 존재한다.

 

난독증 아이 자존감 회복을 위한 실천 전략 4가지

1. ‘성공 경험’을 아주 작게 쪼개서 제공하기
난독증 아동에게는 ‘정답 맞히기’보다
실수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
하루 10분짜리 읽기 과제, 단어 3개만 외우기, 그림으로 요약하기처럼
부담 없는 목표를 설정하고,
아이 스스로 "나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작은 성공이 쌓일수록 자기 효능감이 회복된다.

 

2. ‘틀려도 괜찮다’는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주기
교사나 부모는 아이가 실수했을 때
“왜 틀렸니?”보다 “어디서 헷갈렸는지 같이 볼까?”라고 접근해야 한다.
정답보다 과정을 칭찬하고,
실수는 성장의 일부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아이가 실수를 ‘창피한 일’이 아닌 ‘연습의 일부’로 인식하게 해준다.

 

3. 학습 외 활동에서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하기
난독증 아동은 음악, 미술, 창의력, 구술 표현 등
다른 영역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학습과 무관한 영역에서 아이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 영역에서도 인정받고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 미술 활동 발표, 체육대회 조장, 독서 토론 그림 요약 담당 등

 

4. 아이 스스로 자기를 설명할 수 있도록 돕기
아이에게 난독증을 부끄러운 것으로 설명하기보다,
“나는 글자를 다르게 읽는 뇌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면 돼.”라고
자기 상태를 있는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르쳐주는 것도 자존감 회복에 중요하다.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아이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난독증 아이 자존감이 회복될 때, 배움도 회복된다

난독증 아동의 자존감은
학습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무너질 수 있지만,
또한 정서적 지지와 관계 속에서 다시 빠르게 회복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교사, 또래가
‘틀린 아이를 고쳐야 한다’는 시선 대신
‘다르게 배우는 아이를 도와야 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잘하라는 요구’가 아니라,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환경’이다.
그 믿음이 자라면, 아이는 자신의 배움을 스스로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다.